
김성수 작, 나무에 옻칠, 가로 128.5㎝, 높이 200㎝.
욘사마’ 배용준도 배운다고 해 화제가 된 전통 옻칠. 검게 옻칠한 뒤 얇게 저며 붙인 자개로 십장생을 표현한 자개장이 위풍당당 안방의 주인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옻나무에서 옻을 채취해 도료로 만들고 조개·전복 껍데기에서 자개를 도려내 가공하는 처리 과정 일체가 복잡합니다. 칠하고 천천히 말리기를 반복하고, 오려 붙이고 다듬고 광내기까지 사람의 손길 몇 번 닿는지 헤아리기 힘든 지난한 여정을 거쳐 전통 나전칠기장은 태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옻칠의 뿌리는 깊습니다. 기원전 3세기께 청동기 유물에서도 옻칠한 흔적이 발견되었으니까요. 그중 고려시대에 발달한 나전칠기는 옻칠예술의 백미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붙박이장 딸린 아파트 전성시대가 열리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구들이 선호되면서 자개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인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한국현대미술 초대전’에 눈길 끄는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전통 나전칠기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현대적인 조형미를 구현한 두폭 가리개 ‘웅비’였습니다. 봉황 두 마리가 마치 용이 승천하듯 날아오르는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통 가구의 형태와 문양을 답습하는 것만이 옻칠의 전부가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 이후 ‘옻칠화(ott-painting)’가 현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오래 가고 인체에 무해해 전세계적인 ‘친환경’ 코드에 들어맞는 옻칠 예술은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인 시대가 온 겁니다.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
|